책 소개,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자연과학 중에서도 가장 기초가 되는 분야가 물리학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연의 모든 법칙은 근본적으로 물리 법칙에 귀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초’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게 물리학을 배우는 데는 상당한 통찰력이 요구된다. 그런 만만치 않은 과목을 물리학 비전공자에게 가르친다는 것이 잘 상상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 실제로 그걸 시도한 사람이 있다. 바로 내가 소개할 책의 저자이다.

    내가 소개할 책은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란 책이다. 물리학을 어려워하는 사람은 듣기만 해도 손사래가 쳐질 것이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이 책은 읽기도 힘든 물리공식을 써놓고 어려운 물리학을 가르치려는 그런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물리학과 교수인 저자가 ‘비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바탕으로 쓰였다. 거기에는 물리학이 아닌 자연과학 분야를 전공하는 사람들도 있겠고, 물리학의 ‘물’자도 모르는 인문학 전공자도 있을 것이다. 물리가 어렵고 딱딱하다는 생각을 가졌던 사람들이 이 강의를 듣고 난 후, 책을 읽고 난 후에 어떤 것을 느꼈으며,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하다면 당장 읽어보기를 권한다!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과학이란 무엇인가?’를 논한다. 그러면서 자연과학이 결코 인문학과 유리된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많은 사람들의 편견을 깨는 대목이다. 이제껏 문과, 이과로 나뉘어 각자 배웠던 두 학문이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당혹스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아가면서 이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특히 ‘과학은 문화의 중요한 근간’이라며 과학과 문화의 불가분성을 역설하는 대목에서는 그동안 과학자나 공학자만 알면 되고 일반인은 몰라도 된다고 생각했던 과학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주는 참된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게 한다. 그렇게 고정관념을 깨는 서두가 지나간 후, 저자는 본격적으로 물리학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다. 아마 물리학을 공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음을 공감할 것이다. 눈으로 보면 마냥 신기하고 아름다운 자연현상을 왜 이상한 과학자 이름이 들어간 식으로, 법칙으로 풀어내려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고 혹자는 학문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까지 들기도 했을 것이다. 여기에 대한 답을 이 책은 제시한다. 천체의 움직임이 신기해 이를 연구했던 중세의 천문학과 물리학이 눈부시게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된 뉴턴의 고전역학부터 시작해서 현대에 이르러 중요해진 현대물리학의 여러 분야까지 물리학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면서도 결코 딱딱하지 않게, 이론이 등장한 당시의 역사적 상황 등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며 마치 하나의 이야기를 듣듯이 풀어나간 점은 읽는 내내 책에 빠져들어 집중하게 한다. 또한 책의 중간 중간에 저자는 자신의 주관을 뚜렷하게 피력하는데, 저자의 생각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나는 저자의 인문학적 통찰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을 쓴 최무영 교수처럼 우리 주변에는 대중들이 과학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친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이나 과학자로서 우리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좋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몇 해 전 TV 프로그램 추천도서로 선정되었던 <과학콘서트>의 저자인 정재승 교수나, 고등학교 국어책에 등장하는 최재천 교수 등이 그 좋은 예이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바가 있다. 바로 인문학을 모르는 과학자와 과학을 모르는 인문학자는 결코 참된 지식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재승 교수는 이런 사람들을 ‘절름발이 지식인’이라 칭했다. 앞으로 한국사회를 이끌어 갈 인재라면 이런 마음가짐을 꼭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의 학문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태도, 나아가 기꺼이 배울 수 있는 자세를 갖춘 사람만이 진정한 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되는 첫걸음을 내가 추천한 이 책,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와 함께하는 것은 어떨까?

by 에르난 | 2011/11/01 21:36 | 마음의 양식 | 트랙백 | 덧글(4)

국카스텐에 빠지다.

내가 국카스텐의 음악을 처음 들었던 건 지난 겨울이었다.
일전에 국카스텐이라는 이름이 사람들 사이에서 한창 회자될 때가 있어서 실력 있는 밴드라는 인식만 가지고 있었다.
과외하는 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도중에 음악 얘기를 하다가 국카스텐 얘기가 나왔다.
아는 척 좀 해보려고 "'거울'이 걔네 거 아냐?" 했는데 집에 돌아오는 버스에서 생각해보니 난 그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집에 와서 당장 들어봤다.
듣자마자 제일 처음 든 생각은 '음악색깔이 참 독특하네.'였다.
중독성 있는 기타 리프와 사이키델릭한 사운드, 난해한 은유들로 가득 찬 가사까지…….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가사에는 그다지 끌리지 않는다. 장기하나 10cm의 직설적이다 못해 적나라한 표현도 좋고 7,80년대 포크 가수들의 시적인 표현도 좋지만 국카스텐의 가사는 둘 중 어느 축에도 끼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만 정말 중독성이 강하다. 며칠동안 '거울'만 듣다가 결국 EP앨범과 정규 1집을 질렀다.

거울 Live in 유희열의 스케치북


전곡을 쭉 들어볼 때도 적응이 참 안 됐다. 이런 느낌의 음악을 여지껏 접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중 'Vitriol'이란 노래를 들을 때 갑자기 생각났다. 나는 국카스텐을 TV에서 딱 한 번 본 적이 있다.
그게 <음악여행 라라라>에서 f(x)와 함께 Vitriol을 공연한 것이었다. 이때 네티즌들 반응이 f(x)에 참 부정적이었던 게 기억난다.
어느 잡지에 실린 국카스텐의 인터뷰를 봐도 그들 역시 f(x)와 같이 공연하는 것을 달가워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래는 그 인터뷰 중 일부와 공연 영상.

Vitriol Live in 음악여행 라라라(with f(x))



- 지금은 폐지된 음악방송 '라라라'에서 f(x)하고 합동 공연이 인상적이었다. 루나가 노래를 발랄하게 잘 불렀다.
이정길 : 사실 비트리올이 그렇게 신나게 부를 노래는 아니었다.
하현우 : 그냥 일처럼 해결했다. f(x)보다 방송국에 기대를 했다. 단순한 합주가 아닌 다양한 시도를 할 줄 알았는데 그냥 붙여만 놓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재미없었다.




인터뷰가 참 거침없는데 유희열의 스케치북 출연 당시 했던 인터뷰도 특이하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인터뷰

적응하기 어려워 잠시 봉인해 두었던 앨범을 다시 꺼낸 것은 단 하나의 라이브 영상 덕분이었다.
작년 겨울에 공연했던 '붉은 밭'의 어쿠스틱 버전이 그것인데, 완벽한 라이브에 반해버렸다.
어쿠스틱 버전으로 이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데에 감탄했고 이펙터를 이용한 소리가 귀를 사로잡았다.
실제로 국카스텐이 공연할 때 무대에 잡다한 이펙터를 한가득 가지고 올라간다고 한다.
특히 마이크를 잡아먹을 듯이 마이크에 바짝 갖다 댄 입술과 자신의 음악에 심취한 듯한 하현우의 동작들이 압권이었다.
(마이크 잡아먹는 거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또 한 사람이 있긴 하다. ㅋㅋ)
음악하는 게 참 행복해 보였다.

붉은 밭(ver. Acoustic) Live

요새는 1집을 반복해서 듣고 있다. 적응이 되니 노래들이 하나같이 참 좋다.
처음엔 '거울'과 'Vitriol'에 꽂혔고 이제는 '붉은 밭' 어쿠스틱 버전과(개인적으로 어쿠스틱 버전이 더 좋다.) 'Faust'에 꽂혔다.
음악을 듣다 보면 그 음악의 특정 요소에 확 꽂혀서 중독되는 경우가 있는데 'Faust'가 그런 경우다. 이 노래만 며칠 계속 들은 듯.
 
Faust Live in EBS 스페이스 공감


'국카스텐'이란 이름, 참 잘 지었다. 그들의 음악을 듣다보면 정말 만화경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앞으로 더 다양한 시도와 환상적인 연주로 그들의 색깔을 표현해주길 기대해본다. 내 귀가 참 즐거울 것이다.
한 뮤지션에 빠져서 한참 듣고 헤어나올 때 쯤이면 다시 다른 뮤지션에 빠지게 되는 요즘, 음악 듣는 게 너무 즐겁다!

by 에르난 | 2011/07/08 02:17 | 소리音 즐거울樂 | 트랙백 | 덧글(2)

처녀공연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해본 첫 공연...
긴장해서 그런지 가사도 틀리고 박자도 틀리고 기타도 틀리고 엉망이라고 투덜댔는데
친구는 듣는 사람은 그런 거 모른다고 해주니 다행이다.
그래도 내가 보고 있으면 실수가 요목조목 다 보인다.

by 에르난 | 2011/05/13 12:44 | 소리音 즐거울樂 | 트랙백 | 덧글(4)

젊은 성보의 슬픔

젊은 성보의 슬픔

 

 

 

2011년 4월 10일 맑음, 포항시에서 청주시로 부침.

 

오, 친구여!
나는 결코 그녀를 포기할 수 없다네.
자네와 얘기를 한 후에도 곰곰이 끊임없이 생각해보았네만,
아, 나는 결코 배그미욘느를 놓아줄 수 없네.
밥을 먹다보면 어느새 그녀가 내 옆에서 숟가락을 들고 있고,
과제를 하다보면 숫자와 문자로 가득채워져야 할 빈 종이가 그녀의 미소로 가득 차 있으며,
잠자리에 누우면 천장에 온통 그녀의 말들이 수놓아져 있다네.
메신저를 항상 확인하면서 그녀가 접속해 있으면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무언가 바쁘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나를 귀찮아 하는 것은 아닐는지 손톱을 깨물며 고민하고 있는 이 내 마음을 자네는 아는가?
어쩌다 대화할 좋은 핑곗거리가 생각 나면─그것도 남들이 보면 면 하찮은 핑곗거리일 테지만─들뜬 마음으로 쪽지를 보내고, 답장이 올 때까지 노심초사하며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네.
행여나 모습을 비치지 않기라도 하면 끊이지 않는 연강에 지치지는 않았는지, 과제가 또 그녀를 괴롭히는 것은 아닌지, 내 코 앞에 쌓인 과제 걱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악명 높은 한기대 교수들을 원망하며 그녀를 걱정하고 있다네.
다른 이들은 장거리 연애는 힘들다며 일찌감치 포기하라 종용하지만 오래 전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떠나보낸다면 하루하루 밀려드는 자괴감을 감당하지 못할 걸세.
내가 그녀와 처음 만났던 건 꽤 이른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네.
말을 걸면 발그레한 얼굴로 부끄러운 듯 짓던 그 눈웃음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네.
그 또래의 모든 초등학생이 그렇듯 나는 좋아한다는 표현을 장난을 치고 괴롭힘으로써 했네.
마음이 여려 자주 눈물을 보이는 울보였지만 항상 내 장난을 웃음으로 받아주었네.
자리를 바꾸던 날 그녀가 내 옆에 오게 되면 나는 맘 속으론 쾌재를 불렀지만 겉으론 애써 덤덤한 척하곤 했지.
나에게 그녀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그 자체였다네.
늘 장난을 치면서도 마음 한 켠에선 이렇게 마음 약하고 여린 그녀를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싹텄지.
그렇게 사랑의 감정이 커져갔건만, 좋아한다는 말조차 꺼내보지 못하고 우린 헤어지게 되었어.
그렇게 다른 학교로 진학을 하고 나의 첫 짝사랑은 그렇게 끝나는 듯했네.
그런 속담도 있지 않은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라고…….
최근에 그녀와 다시 연락이 된 것은 초등학교 동창회 덕분이었네.
3년 전에 했던 동창회 때도 나오지 않았기에 기대조차 하지 않고 갔는데 그녀가 와 있는 것이 아닌가!
시간의 흐름이란 무서운 것인지.
그토록 친했던 우리의 사이가 6년의 시간 만큼이나 멀게만 느껴졌고, 어색해져버린 사이를 뒤로 하고 둘은 등을 진 채 각자의 안식처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네.
그렇게 다시 이어진 인연의 끈도 끊어지는 듯 보였네.
옛 추억으로 남겨 시간의 강에 흘려보내려는 것이었는지, 그저 변한 것 없이 그대로의 모습이라는 것에 안도의 미소를 짓고 돌아와 고소(苦笑)할 수밖에 없었네.
그런데! 오, 절대자의 존재를 느낀다함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던가?
그녀가 카카오톡의 새 친구로 등록이 되어 있던 것이네!
그것을 계기로 나는 지금까지도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있네만,
아,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녀는 나를 친구 이상으로 생각지는 않는 것 같았네.
왜 아직도 나만의 짝사랑으로 남겨 놓았던 것일까?
나는 좌절할 수밖에 없었네.
이 사랑을 끝맺는 게 아름다운 것이며 짝사랑은 짝사랑으로 남을 때 가장 아름다운 것인가?
나는 이것이 패배자들의 자위일 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네.
그렇지만 친구여, 나는 궁금하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확실하게 사랑의 표현을 하고 그녀의 마음을 아는 것인지, 아니면 포기를 택하고 흐르는 형산강에 몸을 맡기는 것인지!
친애하는 나의 친구여, 이 선택지의 불합리성을 탓하지 말게.
나는 선택을 하지 않고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을 것이네.
삶 대신 죽음을 택한 베르테르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갈 것도 같네.
긴 편지 읽느라 수고했고, 고맙네.
다시 만날 그 날까지 무사평안하기를.
 

책상을 환히 비추는 스탠드 아래서,
진실한 친구로부터.


글을 쓴 배경?

by 에르난 | 2011/04/10 22:55 | 한 길 사람속 | 트랙백 | 덧글(3)

한 새벽의 뻘글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데
빛이 완전히 삼켜지고 나서야
비로소 빛을 발하기 시작한
혀끝과
그 상호작용
그 영롱한 속에
무섭도록 안 어울릴 침묵으로
나지막이 소곤거렸다

뻔한 속삭임에
그것이 올 것을 알면서도
내려지는 소리를 들어야했다
내리는 소리는
내려지는 소리와 섞여
대립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그것이 조화일 수도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내려져 곧 사라진 것은
내리는 것들과
이내
빠르게 섞여들어갔다
그리고 곧
씻겨 흘러내렸다
영원히 흘러내리는 듯했다

빛을 토해낼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애써 잠들지 못하는 것은
그 흘러내림 때문이리라
한결 조심스러워진 흘러내림을 들으며
마지막 빛은 이내 삼켜진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는데

by 에르난 | 2011/04/08 03:47 | 한 길 사람속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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