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카스텐에 빠지다.

내가 국카스텐의 음악을 처음 들었던 건 지난 겨울이었다.
일전에 국카스텐이라는 이름이 사람들 사이에서 한창 회자될 때가 있어서 실력 있는 밴드라는 인식만 가지고 있었다.
과외하는 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도중에 음악 얘기를 하다가 국카스텐 얘기가 나왔다.
아는 척 좀 해보려고 "'거울'이 걔네 거 아냐?" 했는데 집에 돌아오는 버스에서 생각해보니 난 그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집에 와서 당장 들어봤다.
듣자마자 제일 처음 든 생각은 '음악색깔이 참 독특하네.'였다.
중독성 있는 기타 리프와 사이키델릭한 사운드, 난해한 은유들로 가득 찬 가사까지…….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가사에는 그다지 끌리지 않는다. 장기하나 10cm의 직설적이다 못해 적나라한 표현도 좋고 7,80년대 포크 가수들의 시적인 표현도 좋지만 국카스텐의 가사는 둘 중 어느 축에도 끼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만 정말 중독성이 강하다. 며칠동안 '거울'만 듣다가 결국 EP앨범과 정규 1집을 질렀다.

거울 Live in 유희열의 스케치북


전곡을 쭉 들어볼 때도 적응이 참 안 됐다. 이런 느낌의 음악을 여지껏 접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중 'Vitriol'이란 노래를 들을 때 갑자기 생각났다. 나는 국카스텐을 TV에서 딱 한 번 본 적이 있다.
그게 <음악여행 라라라>에서 f(x)와 함께 Vitriol을 공연한 것이었다. 이때 네티즌들 반응이 f(x)에 참 부정적이었던 게 기억난다.
어느 잡지에 실린 국카스텐의 인터뷰를 봐도 그들 역시 f(x)와 같이 공연하는 것을 달가워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래는 그 인터뷰 중 일부와 공연 영상.

Vitriol Live in 음악여행 라라라(with f(x))



- 지금은 폐지된 음악방송 '라라라'에서 f(x)하고 합동 공연이 인상적이었다. 루나가 노래를 발랄하게 잘 불렀다.
이정길 : 사실 비트리올이 그렇게 신나게 부를 노래는 아니었다.
하현우 : 그냥 일처럼 해결했다. f(x)보다 방송국에 기대를 했다. 단순한 합주가 아닌 다양한 시도를 할 줄 알았는데 그냥 붙여만 놓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재미없었다.




인터뷰가 참 거침없는데 유희열의 스케치북 출연 당시 했던 인터뷰도 특이하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인터뷰

적응하기 어려워 잠시 봉인해 두었던 앨범을 다시 꺼낸 것은 단 하나의 라이브 영상 덕분이었다.
작년 겨울에 공연했던 '붉은 밭'의 어쿠스틱 버전이 그것인데, 완벽한 라이브에 반해버렸다.
어쿠스틱 버전으로 이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데에 감탄했고 이펙터를 이용한 소리가 귀를 사로잡았다.
실제로 국카스텐이 공연할 때 무대에 잡다한 이펙터를 한가득 가지고 올라간다고 한다.
특히 마이크를 잡아먹을 듯이 마이크에 바짝 갖다 댄 입술과 자신의 음악에 심취한 듯한 하현우의 동작들이 압권이었다.
(마이크 잡아먹는 거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또 한 사람이 있긴 하다. ㅋㅋ)
음악하는 게 참 행복해 보였다.

붉은 밭(ver. Acoustic) Live

요새는 1집을 반복해서 듣고 있다. 적응이 되니 노래들이 하나같이 참 좋다.
처음엔 '거울'과 'Vitriol'에 꽂혔고 이제는 '붉은 밭' 어쿠스틱 버전과(개인적으로 어쿠스틱 버전이 더 좋다.) 'Faust'에 꽂혔다.
음악을 듣다 보면 그 음악의 특정 요소에 확 꽂혀서 중독되는 경우가 있는데 'Faust'가 그런 경우다. 이 노래만 며칠 계속 들은 듯.
 
Faust Live in EBS 스페이스 공감


'국카스텐'이란 이름, 참 잘 지었다. 그들의 음악을 듣다보면 정말 만화경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앞으로 더 다양한 시도와 환상적인 연주로 그들의 색깔을 표현해주길 기대해본다. 내 귀가 참 즐거울 것이다.
한 뮤지션에 빠져서 한참 듣고 헤어나올 때 쯤이면 다시 다른 뮤지션에 빠지게 되는 요즘, 음악 듣는 게 너무 즐겁다!

by 에르난 | 2011/07/08 02:17 | 소리音 즐거울樂 | 트랙백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h3rnan.egloos.com/tb/499928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초은 at 2011/07/08 20:01
헉 이거 완전 좋은데요...
이름만 알다가 여기서 첨 드는데 확 꽂히네요!!
이정도면 사이키델릭이아니라 사이코델릭같은데 ㅋㅋㅋ 아 좋군요.
Commented by 에르난 at 2011/07/08 22:25
그쵸? 요즘 완전 빠져서 살고 있어요~ ㅎ
초은 님은 저랑 좋아하는 음악이 비슷하신 것 같아요!
저도 초은 님이 추천해주시는 음악은 정말 다 좋거든요~
앞으로 좋은 노래 많이많이 공유해서 들어봐요^^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